21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의 22사단 GOP 총기 난사 사건이 임 병장의 생포로 끝이 났다.
경계근무를 마치고 저녁 8시쯤 생활관으로 돌아오던 임 병장은 근무하러 가던 병사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하여 3명을 사망하고, 바로 생활관으로 들어가 장병 3명에게 총기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는 바로 k-2 소총과 실탄 60여발을 챙겨 탈영을 했다.
22사단은 바로 상황을 접수하여 군단에 보고하고 도주로 차단선 설정과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였다. 진돗개 하나는 국지적 위협 상황에 발령하는 경보에서 최고 등급으로 실제 위협이 발생하면 발령된다.
임 병장은 무려 사건 지점에서 10km 떨어진 고성군 제진검문소 지역 숲 속에 이르렀다. 도주하는 과정에서 소대장 한 명에게 팔에 관통상을 입히는 총상을 가하기도 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임 병장은 사단 내에서 A급 관심병사로 GOP근무를 할 수 없는 병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심병사란 보호관심병사의 약자로 군대 생활에 부적응하는 병사를 가르킨다.
실제 작년 1월에 이 부대에 전입한 임 병장은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병사로 지정되어 11월 달에 재검사하여 B급 관심병사로 지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병장이 속한 부대는 그 다음 달인 12월 달에 GOP근무를 시작했는데, GOP근무를 위해 성급하게 B급 관심병사로 지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GOP는 휴전선인 군사분계선에서 2KM 아래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경계하는 곳으로 경계근무에 실탄과 수류탄이 지급되므로 그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따라서 관심병사 등급의 지정이 그만큼 병사들의 안전에 직결이 되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22사단의 경우 관심병사가 모두 20%인 1800여 명이고 A급 관심병사 300명 B급 관심병사 500명 정도라고 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역한 예비역 소대장의 말을 인용하여 관심병사는 주 몇 회씩 상담을 받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밤낮이 바뀌는 근무 여건상 순찰 중 몇 마디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실제 수 백 명의 관심병사들을 경계 근무나 훈련 등으로 체계적으로 상담할 수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군 당국은 2007년부터 병사들의 군대 적응을 위해 정신과 군의관 상담 제도를 만들고 비전캠프, 그린캠프에서 문제 병사들을 인성교육과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임 병장이 주위 병사로부터 따돌림이나 가혹행위를 받은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거기에다 최전방이라는 점에서 높은 긴장 상태에 따른 군 분위기와 밤낮으로 이어지는 6시간의 경계 근무로 임 병장이 총기 사고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고 지점에서 10KM 떨어진 숲 속에서 군과 대치를 하던 임 병장은 계속된 가족들의 회유와 심리적 신체적인 피로 누적으로 인해 결국 왼쪽 가슴에 총구를 겨누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치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사형 선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허기진 배를 채울 음식을 요구하며, 가족과의 전화통화를 원하는 등 극도의 심리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살 시도는 강릉 아산병원에서 좌측상엽폐절제술이라는 시술로 인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들은 잘 알겠지만, 군대는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전우라는 목숨을 함께하는 동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혼자가 되는 굉장히 외로운 고독감에 빠지기도 하는 장소이다.
생활관이라는 한 곳에서 먹고 자고 지내면서, 계급이라는 위계질서에서 "까라면 까라는" 풍토는 여전하다.
군대를 다녀오면 철 든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군대를 다녀오면 철이 드는게 아니라 마치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처럼 굉장히 정형화되고 개성이 사라진 사람이 된다.
철이 든다는 것은 자신의 상급자 입장에서 부려먹기 쉽고 통제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철든 사람'이 직장에 들어간다면 직장 분위기 역시 군대 분위기로 만드며 또 하나의 차별과 폭력을 생산한다. 특히 직장에는 군대와 달리 여성이 있다.
어찌 사회생활을 하는 남성과 여성에게 "까라면 까라"는 의식을 주입시킬 수 있을 것인가.
관심병사는 관심이 필요한 병사가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일 뿐이다. 이들을 자신들이 만든 거푸집에 넣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걱우걱 억지로 집어넣으니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참사 이후 이 나라에 온통 불안하고 안타까운 사건의 연속이다.
이번 GOP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5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그 5명의 장병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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