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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월호 참사] 아무도 그들을 구해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8일째가 되었다. 탑승자 476명 중 사망자가 276명 구조자가 172명 실종자가 28명이다. 기상악화와 빠른 조류 탓에 수색 작업을 멈춘 지 나흘 만에 사망자 한명을 수습하였다고 한다. 이제는 실낱같은 희망은 심신의 고단함과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불순' 의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마녀사냥으로 인해 절망으로 바뀌었다.


사람의 몸무게와 비슷한 부표를 침몰한 세월호 근처에 띄어놓았지만, 며칠 사이에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표류했다는 보도는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제는 주검이라도 찾기를 간절히 바라는 유가족들은 점점 지체되는 구조작업과 이러한 보도로 인해 바닷 속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더욱 커져간다.


4월 16일 세월호가 처음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어느 누구도 아닌 단원고 남학생이 8시 55분에 경찰에 첫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 학생에게 세월호의 좌표를 묻는 등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고 9시를 넘어 이준석 선장은 제주VTS 침몰 신고를 했다. 해경이 처음 도착한 것은 9시 30여분이었다. 그리고는 해경은 선수 조타실에 있던 선장과 선원들을 구조시켰다. 그리고 민간 어선들이 10시 17분까지 구조작업을 펼쳐 90여명을 구하는 동안 해경은 탑승객 25명을 구하는 데 그쳤다. 먼저 도착해놓고 무슨 일인지 일반 탑승객의 구조에 늑장을 부린 것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펼친다고 언론에 알렸지만 생존자들에 따르면 적극적인 구조노력이 없었다고 증언한다. 배가 완전히 침몰한 후에도 청와대 안전행정부 등으로 보내는 상황보고서와 당시 구조작업을 펼치는 인력, 장비들의 수를 지나치게 부풀렸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후 11시간이 넘어서야 안전행정부 차관이 주재하는 회의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인양업체로 언딘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구조작업 대신 벌써 선체의 인양을 준비한 것이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은 "승객들이 구조조끼를 입고 있다고 하는데 구조가 안 되는 겁니까?"라고 질문하여 아직 사태 파악도 안 된 모습을 보였다.


승객들을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모두 허비하고 인명 구조를 위한 명령체계 역시 엉망이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망발과 함께 세월호 탑승객의 생존율은 더욱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난의 컨트롤 타워는 어디란 말인가? 안전행정부가 컨트롤 타워라면 안정행정부 장관이 해양수산부 장관한테 명령을 충분히 내릴 수 있는가? 수습본부나 구조본부의 명칭을 가진 곳은 많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인명 구조에 적극적이었는지 모른다. 선체가 침몰한 후 구조자가 0명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더불어 이러한 때에 모범을 보여야할 공직자들의 기강해이는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교육부 장관님께선 실종자 가족인 모인 진도체육관에서 한가롭게 컵라면을 후릅후릅 드셨고, 새누리당 권은희, 한기호 의원의 선동, 좌파 발언으로 급기야 사과까지 했으며, 안정행정부 국장은 실종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번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정몽준 후보의 아들은 "국민 수준 미개"발언을 통해 그들의 민낯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무엇보다도 현장의 모습을 전달해야할 언론들은 특종 과열 경쟁을 일으키며 확인 안 된 사실과 자극적인 보도를 하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마음에 대못을 박는 보도를 하기에 이른다. 일명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조어가 될 정도다. 급기야  KBS 전 보도국장은 "세월호 희생자 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라는 발언으로 이 시대의 기레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더불어 MBC 기자협회는 그동안 왜곡된 보도와 오보로 세월호 관련 가족들과 희생자들에게 자신들을 용서하지 말라는 속죄를 하였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뒤 SNS에서 이뤄지는 '유언비어'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공공의 여론 형성에 겁박을 했으며, 종편을 비롯한 기성 언론들은 국민들을 계속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또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빨갱이, 좌파, 선동꾼'으로 몰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구조 노력이다. 현재 구조작업은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라는 인양전문업체가 독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김어준 총수가 KFC에서 밝혔다. 그런데 해경과 이 업체는 무슨 일인지 전국 각지에서 자비를 들여 장비를 가지고 온 민간 잠수사들을 철수, 되돌려보냈고, 세계 최고의 훈련을 받은 해군 소속 SSU 대원들의 투입을 막은 채 그들끼리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손석희 9뉴스와 김어준의 KFC, 그리고 이상호 기자의 발뉴스에서 인터뷰 한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잠수사 증언에 따르면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대한 노력이 엿보이지 않고, 시간을 일부러 지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또한 해경은 사고 초기 공개하지 않았던 세월호와 진도VTS와의 교신 기록을 공개했는데 수십군데에서 편집과 일부러 잡음처리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배명진 교수를 비롯한 소리 전문가들이 증언했다. 그들은 무슨 교신내용을 숨기려했는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자들을 최종적으로 위로하고 책임질 사람. 박근혜 대통령. 그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초기부터 선장과 선원들에게 살인 행위를 했다며 사법 판단을 임의로 내렸고, 국민들에게 사과 여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했다. 과연 현장에 있는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따뜻한 손 내밀기는 불가능했는가. 또한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그러면서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걱정에만 관심을 가졌다.


얼마 전 KBS 보도국장의 망언으로 청와대를 찾아 추운 날씨에 떠는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에게 직접 따뜻한 말 한마디와 행정수반으로서 단호한 말 한마디는 불가능했을까.


우리는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나.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세월호 안에 희생자들이고 가족들이다. 얼마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 사고 때 위험을 무릅쓰고 열차에서 탈출한 승객들을 보라. 이는 우리 사회가 우리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잘못된 교육을 한 대가였다. 우리 모두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싶지만 힘이 없다. 용기도 없다.


사고 발생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생존자 소식은 전무하다. 슬프다. 이러한 폭력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물질적 가치보다 우리들에 대한 '존엄'을 마음에 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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